100m 만화로 읽은 적 없음
예전에 마리갤 리뷰를 봤다. 그 때 당시, 리뷰를 보고 만화를 참 잘 만들었단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좋았던 건지는 기억이 안 난다...
영화 개봉 당시 100m영화에 대해서는 트위터에서 조금 보았다. 내가 본 클립은 작화가 훌륭했기에, "아, 이거 작화가 뛰어난 영화인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총체적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가 별로다. 이 영화를 통째로 보는 것보다 만화를 읽고(사실 나도 안 읽어봐서 장담은 못하지만 이거보단 나을 듯) 이 영화의 훌륭한 작화만 모아둔 클립을 보는 게 낫다.
- 작화.
초반 작화랑 후반 작화가 다른 편이다. 후반에 퀄이 많이 올라간다. 초반 작화는 평균 이상은 하지만 난 마음에 안들었다. 움직임이 너무 어색했다. 시선 처리나 걸음걸이가 인간같지가 않았다.
특히 토가시랑 코미야가 집 가면서 대화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이거 보면서 "누가 저렇게 대화하나.."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클로즈업 미디움 클로즈업 미디움 샷을 존나 많이 쓴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애니가 다 이런듯? 저런 일관적인 정면 컷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별로였다.
중간에 아오이 만나고부터 갑자기 로토스코핑이 존나게 많이 쓰인다. 근데 별로였다...
이게 개인 취향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로토스코핑이란 건 움직임을 최대한 리얼하게 그리고자 현실을 참조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이면 그건 실패한 거 아님...? "왜 부자연스러울까?"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시선 처리 같다. 아오이가 토가시랑 대화하는 장면을 위주로 생각을 해봤는데 가장 눈에 띄는 이상한 점이 아오이의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컷을 엄청 많이 쓴 게 보이는데 그게 뭘 위한 컷인지 모르겠다.
45분 정도부터는 작화는 다 좋았다. 달리기 위주라 로토스코핑이 어색하기보다 현실적이게 잘 쓰였다. 그리고 굵직한 장면이 하나씩 나오는데 다 훌륭했다.
먼저 코미야가 토가시 이기는 비오는 달리기 부분이다. 움직임 너무 자연스럽고, 비 오는 질감 너무 좋고, 배경은 원근이 살아있고, 디테일(선수들의 사소한 움직임) 엄청나고... 마지막에 빗소리가 노이즈로 변하는 연출까지...
그리고 초등학생 만나서 토가시가 쳐 우는 장면은 완벽하다. 선이 몽글거리는게 마사아키 생각도 나고, 그림체가 약간 일그러지는 것도 멋지다. .
다만, 영화 보면서 내내 거슬렸던 게 하나 있다. 머리카락에 빛나는 원이 하나 있다. 아마 빛 표현 같은데 매우 마음에 안 들었다. 완전 셀채색으로 가고, 그런 부드러운 명암을 안 넣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 같은데 왜 넣었지... 그리고 저 원, 어디 부딫히거나 가려지려고 할 때 슬금 슬금 움직인다... 그 물건을 피한다는 소리다... n극이 s극 피하듯이.
인물 작화랑 별개로 배경은 수작업으로 했는지 색감이나 질감이 예뻤다. 인물 작화도 셀채색에 연필느낌 나는 선화인데 배경이랑 잘 어울렸다. - 내용
내용에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불만은 없다. 빠진 내용 때문에 영화 자체가 불완전하지는 않다. 난 가이도란 캐릭터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이도 분량이 좀 적은 건 아쉽다. 하지만 가이도의 철학은 대사로 다 나와있기에 그건 개인적인 아쉬움에 그쳤다.
결말이 열린 결말이길래 끝날 때 약간 어리둥절했는데, 사실 토가시랑 고미야가 같이 달리면서 웃는 순간부터 그 뒤에 내용은 아무 의미도 없기에 지금 와선 좋은 결말이라 생각한다.
근데 작품의 주제의식, 여기에 불만이 크다. 너무 노골적인 실존주의라서. 특히 토가시가 허무해하는 고미야한테 조언해주는 부분에서 이걸 크게 느꼈다. "또 실존주의야? 지겹지도 않냐..." 이런 생각을 했다.... - 기타
갑자기 내가 다른 사람의 평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무위키 읽고 왔다...
나무위키 왈 감독이 원작 만화를 보고 싶게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단 걸 봤다. 의도가 그랬다면 훌륭하게 이룬듯. 영화가 짧은 것도, 생략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낼 수 있는 멋진 결론이자 방향성이다.
***
거의 반 년 전에 쓴 글이다. 이제 와서 읽으면, "시발,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냐..." 싶다.
난 평가란 행위 자체에 반감이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평가하는 저 글이 마음에 안 든다.
'후기'라던가 '리뷰'라던가 말을 붙이기 싫었다. 이건 그냥 내 주관적인 감상이다. 사실 '감상'이나 '리뷰','후기'나 큰 의미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리뷰나 후기는 왠지 전문적이어야할 거 같다. 이건 그런 전문적인 분석이 아니라, 그저 내 취향이 보이는 글이고 객관성 따위 없다.
평가란 행위에 반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 이 반감에도 반감이 있다. 내 방어기제가 명확히 보이기 때문이다. 평가는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는 서로 충돌한다(필연적으로). 난 충돌이 싫은 것이다. 누군가 '내가 모르는 어떠한 논리'를 들고와, 내 주장을 철저하게 산산조각낼까봐 겁난다. 그래서 평가 자체를 피함으로써, 그럴 가능성을 아예 막아버리는 거다. 난 이런 내 성격이 싫다. 좀 더 용기있게 살아야한다.
이 글을 올린다. 오래된, 허접한 감상문을 올린다. 평가에 대한 반감에 대한 반감을 부수고 싶기 때문에.